
갑작스런 전남 담양을 여행하게 된 이유는?
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한 국립광주박물관, 어린이 박물관을 방문한 뒤 1박을 하고 주변을 둘러볼 만한 곳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상하농원 파머스 빌리지, 변산 소노벨 등등 여러 후보지들을 뒤로 하고 아내의 추천으로 광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전남 담양으로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이미 아내는 수년 전에 전남 담양에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는데 심지어 나와 함께 갔던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방문했던 기억이 전혀 없던 곳이었다.
대체 어느 남자랑 갔다 왔냐며 농담을 주고 받으며 결국에는 전남 담양의 한 호텔에 숙소를 예약하고 담양 여행이 결정되었다.

1일차 점심 – 옥빈관
우리의 방문일은 4월 13일(일요일), 마침 14일(월요일)까지 휴가를 얻어 일요일 출발로 결정하게 됬다. 그런데 토요일에 1박2일로 콧바람을 쐬러 가신다던 장인어른 장모님의 행선지도 전남 담양. 하하하. (아마 아내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어찌 됬든 광주에서 담양으로 넘어가 바로 점심식사 식당으로 결정된 옥빈관 죽녹원국수거리본점에 도착.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미리 도착하셔서 음식을 주문하셨고 많이 배고팠던 엄마, 아빠, 큰딸, 작은아들은 허겁지겁 먹기 바빠 사진도 한장 못 찍었다.
좋아하는 양념게장과 가지튀김을 포함한 다양한 반찬과 떡갈비는 절대 양이 적지 않아 푸짐하게 먹었다. 어제 다른 집(아마 메타프로방스의 한 떡갈비 집으로 예상)에서 떡갈비 정식을 드신 장인어른, 장모님은 어제도 괜찮았지만 옥빈관 떡갈비가 더 맛이 좋다 하신다.
내가 생각할 때 약간의 차이일 뿐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떡갈비 정식 집 후기도 좋은 것이 많고 식사에 만족하고 돌아가신 분이 많다. 후기만 잘보고 가면 즐거운 여행에 맛도 없고 불친절한 식당에서 껶는 부정적인 경험은 많은 확률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담양관방제림
예전에는 이곳이 강이 자주 범람하던 지역이라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방을 쌓아 쌓은 제방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제방에는 나무뿌리가 제방을 오히려 취약하게 만들어 나무를 심지 않는다는 상식을 넘어선 사례라고.
그리고 그 나무들은 현재까지 존재하며 수백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모든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됬을 정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제방과 숲은 지금 담양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썼던 흔적이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랍고 더불어 관방제림에 심어진 수많은 나무들을 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4월이지만 아직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서인지 관방제림은 아직 푸른 기운이 가득하진 않았다. 나뭇가지들도 앙상했고,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관리되어 있어서, 걷는 내내 마음이 참 편안했다.
길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벤치들도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풍성한 녹음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적막함 덕분에 오롯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라 천천히 걷고 싶었지만 이 날 전남에 강풍 주의보가 있고 계속해서 흐려 차가운 바람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짧게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왔지만 마음 한편에는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다. 특히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었을 때 이 길을 다시 걸으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관방제림을 뒤로 하고 근처에 미리 알아두었던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카페 – 미각&담양양갱
관방제림 입구에서 길을 건너 천변을 따라 걷다가 처음 만나는 다리를 건너 남x양유업을 끼고 왼편으로 들어가면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는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미리 검색을 통해 알아두었던 인스타 감성 카페- 미각&담양양갱 담양본점. 다른 분점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다. 인스타 감성 디자인이라는데 젊은 MZ세대들에게는 사진 찍고 싶은 비주얼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뭐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꼭 재방문을 할 예정이다. 다만 다음에는 아이들은 집에 두고 아내랑 단둘이 오거나 아니면 그냥 혼자 오고 싶다. 그리고 꼭 선선한 봄날 또는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가을에 일정을 잡아.
어른들, 아이들 모두 별관의 테이블에 두고 나만 혼자 카페 건물 바깥쪽 천변에 마련된 테이블로 나와 앉아 있으니 바람에 흔들려 대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그렇게 시원한 커피 한 잔 들고 멍 때리다 보니 온몸에 쌓였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 조금 추운 날씨였지만 이 감성을 이길 만큼 춥지는 않았다.
다만 기대했던 디저트 쪽은 솔직히 아쉬웠다. 택배로 주문까지 해서 찾는 디저트라길래 더욱 기대를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원해서 주문한 대나무 치즈케이크는 맛이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나쁘지 않네 정도? 택배 주문이 가능한 완전 기대했던 대나무 양갱은… 솔직히 내 입맛에는 너무 별로였다. 그런데 내 입맛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함께 간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한 숟갈 드시고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으셨다. 결국 남은 양갱은 들고 오긴 했는데, 아마 냉장고에 오래 머물 듯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원래 오래된 폐가였던 건물을 매입해서 리노베이션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살아 있고 자연스럽게 풀어진 공간 구성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겨울 한복판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에 다시 찾으면 그 풍경은 분명 더 환상적일 것 같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 “분위기와 뷰에 모든 걸 걸었다, 감성은 최고였던 미각&담양양갱.”
- “대나무 소리와 커피 한 잔, 잠시 멍 때리기 좋은 곳.”
- “디저트는 살짝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재방문 의사 100%.”
- “담양 양갱이 시그니처라길래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아니 많이) 실망”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니 참고만 하시길!)

참고로 2층은 노키즈존, 대나무 치즈케이크의 대나무통은 가지고 와도 된다.
메타세콰이어랜드


카페에서 나와 차를 타고 메타세콰이어랜드로 향했다.
미리 잡아 놓은 숙소가 메타 프로방스 바로 옆인데 이 곳은 메타프로방스, 메타세콰이어랜드가 바로 근처에 있어 같이 들르기 좋다. 어차피 죽녹원이 있는 담양 중심지에서도 차로 멀지 않은 곳이라서 하루에 묶어서 다녀오기 딱 좋은 코스.
겨우내 앙상했던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에 연두빛 새잎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하는 시기라,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아직 여름처럼 나무들이 울창하진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아쉬운 만큼 다음에도 또 방문하면 되지 뭐.
주차 걱정은 크게 할 필요 없는데, 메타세콰이어랜드 전용 주차장이 있고, 바로 옆에 메타프로방스 쪽 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어서 편하게 세우면 된다. 나도 차를 주차하고 걸어갔는데, 산책 삼아 걷는 길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입장할 때에는 입장료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로수길인데 입장료까지 필요한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메타세콰이어랜드는 단순히 나무길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너무 정보 없이 방문했나 싶었다.)
메타세콰이어랜드 내부는 정말 넓고 호남 기후변화 체험관, 개구리 생태공원, 어린이 프로방스 등 들러볼 곳이 참 많다.
방문한 시기가 봄 초입이라 사람도 적당하고, 날씨도 따뜻해서 걷기 정말 좋았다. 여름이 되면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완전히 우거져서 초록 터널 속을 걷는 느낌이 들 테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전남 담양 여행 1일차 숙소 – 소아르 호텔



갑자기 결정된 담양 여행이라 숙소를 고르는 데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가성비 좋은 곳을 위주로 찾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니까 무조건 깔끔한 숙소를 최우선으로 두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소아르호텔.
여기는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이랑 메타프로방스 바로 근처에 있어서 위치도 좋고, 사진으로 봤을 때 분위기도 감성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일요일 숙박 기준 10만 원 정도에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바로 예약했다. 요즘 물가 생각하면 진짜 가성비 최고였음.
내가 숙박한 방은 ‘지브라룸’이라는 객실이었는데, 사진을 따로 찍어두진 못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거실과 방이 분리된 구조였다. 더블 침대가 두 개나 있어서 아이 한 명씩 데리고 편하게 잘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다.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복층 형태 객실도 한 번 예약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구조라 기대된다.
호텔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소아르호텔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곳곳에 전시된 예술 작품 덕분에 작은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객실도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기본 어메니티(에어컨, TV, 슬리퍼, 헤어드라이어 등)도 부족함 없이 제공되었다.
1층에는 ‘소아르 박스커피’라는 카페가 있는데,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투숙객은 10% 할인도 된다니까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아침에 제공되는 조식도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챙겨 먹을 수 있어서 만족했다.
주차는 무료지만 전용 주차 공간이 많지는 않다. 조금 늦게 도착하니 이미 주차는 만차이긴 하지만 주변에 길에도 주차해도 되고 메타 프로방스나 메타세콰이어랜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도보로 이동해도 무리가 없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평점이 5점 만점에 5점으로 굉장히 높고, 실제로 숙박해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 위치, 가격, 분위기 모두 만족스러웠던 곳.
담양 여행 계획하고 있다면, 소아르호텔 한 번쯤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전남 담양 여행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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